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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른, 호수와 산이 어우러진 동화 속 도시에서의 2일

by 자연과 함께하는 모든정보 오만가지 2025. 3. 4.

기차가 루체른(Luzern)역에 가까워질수록, 창밖의 풍경이 점점 더 그림처럼 바뀌었다. 잔잔한 호수 위로 하얀 돛단배가 떠 있고, 그 뒤로 붉은 지붕을 한 유럽풍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멀리 눈 덮인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도시를 둘러싸고 있었다.

스위스에서도 특히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이곳, 루체른. 과연 사람들의 찬사가 과장이 아닐지 직접 확인할 순간이 왔다. "이틀 동안 이 도시를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가방을 둘러메고, 설렘 가득한 발걸음으로 루체른역을 빠져나왔다.

📍 첫째 날: 호수와 역사가 어우러진 루체른의 중심

스위스 루체른 카펠교 관광객 사진

카펠교(Kapellbrücke) - 시간을 걷는 다리

역을 나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카펠교(Kapellbrücke)였다. 이 다리는 1333년에 세워진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다리 중 하나로, 루체른의 랜드마크이기도 하다.

다리 위에 올라서자, 나무의 은은한 향이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다리 천장에는 17세기에 그려진 역사적 그림들이 걸려 있었고, 물 아래로는 백조들이 유유히 헤엄치고 있었다. 왼쪽으로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늘어선 루체른 구시가지가, 오른쪽으로는 맑고 푸른 호수가 끝없이 펼쳐졌다.

다리 한가운데 멈춰 서서 이 모든 풍경을 눈에 담았다. 도시 한가운데에서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스위스 사람들의 삶이 느껴졌다.

Löwendenkmal Luzern

빈사의 사자상(Löwendenkmal) - 스위스 역사 속으로

📍 주소: Denkmalstrasse 4, 6002 Luzern
🕰 운영시간: 연중무휴
💰 입장료: 무료

카펠교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빈사의 사자상(Lion Monument)이 자리하고 있다.

거대한 바위산을 깎아 만든 이 조각상은 프랑스 혁명 당시 목숨을 잃은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슬픈 기념물'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다.

사자의 눈에서 묘한 슬픔이 느껴졌다. 강인한 동물로만 알았던 사자가 고개를 떨군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모습. 프랑스 루이 16세를 지키려다 희생된 스위스 용병들의 이야기를 알고 나니, 조각상에 담긴 감정이 더욱 생생하게 다가왔다.

그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조용히 바라보았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깊은 의미를 품고 있는 장소였다.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유람선

루체른 호수 유람선 - 물 위에서 즐기는 풍경

📍 출발 장소: 루체른역 근처 선착장
🕰 운영시간: 오전 9시~오후 6시 (운행 시간은 시즌에 따라 다름)
💰 요금: 편도 25CHF / 왕복 40CHF (스위스 트래블 패스 소지 시 무료)

오후에는 루체른 호수(Lake Lucerne)에서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루체른 호수는 빙하가 녹아 형성된 호수로, 물빛이 유난히 맑고 푸르다. 배가 천천히 나아가자 호수를 따라 늘어선 작은 마을과 초록빛 들판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보이는 리기산과 필라투스산이 수면 위에 반영되어 더욱 장관이었다.

갑판에서 바람을 맞으며, 커피 한 잔을 마셨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휴식이 되는 순간. "여유란 이런 것이구나."

📍 둘째 날: 루체른을 품은 산, 리기산 하이킹

📍 가는 방법:
🚢 루체른 → 비츠나우(Vitznau)행 유람선 (약 50분)
🚞 비츠나우 → 리기산 정상(Rigi Kulm)행 산악열차 (약 30분)

이틀째 아침, 루체른을 제대로 내려다보기 위해 리기산(Rigi Kulm)으로 향했다.

리기산은 ‘산들의 여왕(Queen of the Mountains)’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곳으로, 알프스를 오르는 산악열차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 산악열차가 천천히 산을 오를 때마다 호수는 점점 멀어지고,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곳곳에서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나무 오두막이 그림처럼 놓여 있었다.

마침내 정상에 도착했을 때, 숨이 절로 멎었다.

360도 파노라마 전망으로 펼쳐진 루체른 호수와 알프스. 수많은 봉우리들이 끝없이 이어지고, 하늘은 맑고 투명했다. 나는 바위 위에 앉아 이 풍경을 조용히 음미했다.

🍞 배낭에서 빵과 치즈를 꺼내 한 입 베어 물었다. 스위스 치즈 특유의 진한 풍미가 입안에 퍼졌다. 그리고 눈앞에는 끝없이 펼쳐진 스위스의 자연.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 수 있을까?"

📍 루체른 여행을 마치며…

루체른에서 보낸 이틀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었다. 이곳은 걷는 곳마다 이야기가 깃들어 있었고, 바라보는 순간마다 감동이 밀려왔다.

카펠교를 건너며 시간의 흔적을 따라 걸었고, 빈사의 사자상 앞에서는 깊은 역사의 무게를 느꼈다. 호수를 가로지르는 유람선에서는 시간이 멈춘 듯한 평온함을 맛보았고, 리기산 정상에서는 스위스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을 마주했다.

도시와 자연, 역사와 여유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곳. 루체른은 그런 곳이었다.

기차가 천천히 루체른역을 떠나면서, 나는 창밖으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언젠가 다시 떠날 또 다른 여행의 이유가 될 것 같았다.

루체른에서의 순간들은 그렇게, 내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